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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6/06/26 (3)
k-방구석 극장
지독한 이별을 겪고 나서 한동안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말을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답이 돌아오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던 그 밤들이, 영화 를 보는 내내 자꾸 떠올랐습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이 작품은 AI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진짜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관계 대신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그 질문입니다.Her, 타인의 마음을 대필하는 남자와 AI 사만다가 맺은 감정적 유대주인공 테오도르는 대필 편지 작가입니다. 매일 다른 사람의 가장 뜨거운 감정을 타이핑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은 얼어붙어 있습니다. 전 아내 캐서린과의 이혼 서류에 서명조차 못 한 채 비디오 게임과 익명 통화로 밤을 채우던 그가, 어느 날 맞춤형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을 구매합니다. 여기서 OS..
아무도 자신을 쫓지 않는데 혼자 도망 다니는 남자. 1997년작 의 설정입니다. 처음 이 전제를 접했을 때 저도 피식 웃었습니다. 직장에서 누명을 쓸 뻔했던 그 아찔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오해 앞에 무너졌던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단순한 웃음 그 이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The Wrong Guy, 착각이 만들어낸 추격전, 슬랩스틱 코미디의 구조적 정교함이 영화의 핵심 구동 원리는 서사적 아이러니(narrative irony)입니다. 여기서 서사적 아이러니란 관객은 진실을 알고 있는데 주인공만 모른 채 행동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넬슨은 "경찰이 나를 추적하고 있다"고 굳게 믿지만, 실제로 FBI와 형사들은 키 181cm, 몸무게 83kg의 실제 킬러를 쫓고 있을 뿐 넬슨에게는 ..
솔직히 이 영화를 다시 틀었을 때, 저는 한동안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멕시코 빈민가 소년이 EPL 무대에 서는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부터 산티아고의 얼굴이 아니라 제 지난날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오랫동안 쫓고 싶었던 목표 앞에서 "네 분수에 맞게 살아라"는 말에 스스로 꿈을 접으려 했던 기억, 그게 다시 올라왔습니다. 영화 골!은 그런 사람에게 묘하게 아픈 작품입니다.골!, 멕시코 빈민가에서 뉴캐슬까지, 산티아고가 밟아온 길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그냥 흔한 스포츠 성공 드라마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인공 산티아고 뮤네즈의 출발점이 워낙 바닥이어서 그런지,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유난히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산티아고는 멕시코의 빈민촌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