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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영화 리뷰 (5)
k-방구석 극장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사람들과 엇비슷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건지, 그냥 반복되는 화면을 재생하고 있는 건지. 저도 한때 그 무기력함 속에서 차라리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 는 바로 그 감각을 정교하게 건드리는 작품입니다.아주 작고 완벽한 것들의 지도, 타임루프 속 두 청춘이 그려나간 일상의 발견이 영화의 구조는 타임루프(Time Loop)라는 장치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타임루프란 특정 시간대가 무한히 반복되는 서사 설정으로, 하루가 끝나면 다시 그 하루의 시작으로 되돌아가는 구조를 말합니다. 는 이 장치를 SF적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대신, 청춘의 권태와 상실이라는 감정의 그릇으로 사용합니다..
남편이 야근이라며 집에 늦겠다고 문자를 보내는 밤, 뭔가 이상한데 그냥 넘어가야 할지 따져야 할지 모르는 채 소파에 앉아 있던 기억이 있으시다면, 이 영화가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저도 한때 믿었던 관계에서 연이어 배신을 당한 뒤 내 삶의 운전대를 누구에게라도 넘겨버리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앤 카바스 감독의 2012년 캐나다 영화 이프 아이 워 유(If I Were You)는 그 감각을 아주 정확하게 건드렸습니다.이프 아이 워 유, 남편의 불륜을 발견한 아내와 불륜녀가 한 술집에 마주 앉기까지영화는 단골 베이커리에서 시작됩니다. 우아한 중년 여성 매들린이 남편 폴이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러 갔다가 마지막 남은 것을 놓치는 장면, 사소하지만 불길한 첫 장면입니다. 곧이어 야근이라며 차갑게 전화..
어릴 적 고향 골목에 수십 년째 자리를 지켜온 작은 노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거대 프랜차이즈 자본이 그 자리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개발하겠다며 철거를 통보했고, 동네 어르신 한 분이 홀로 그 앞을 막아섰습니다. 쇠약해 보이는 몸, 초라한 행색이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서슬이 퍼랬습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박혀 있다가, 영화 을 보는 내내 자꾸 떠올랐습니다. 산소통에 의지하는 70대 노인이 전직 KGB 암살자였다는 설정 하나로 거대 자본의 횡포에 맞서는 이 영화는, 그 기억과 묘하게 포개졌습니다.더 라스트 스탠드 오브 앨런 콜, 쇠약한 외피 속의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KGB 반전 서사주인공 앨런 콜은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깊게 패인 주름과 관록이 묻어나는 얼굴, 헤비 스모커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
저승사자가 인간의 몸을 빌려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1998년 개봉한 은 지금도 "인생 영화" 목록에 단골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감동적인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뜯어보니, 이 영화를 둘러싼 시선은 생각보다 훨씬 갈립니다.환청, 저승사자,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거래65세 생일을 앞둔 대기업 회장 빌 패리쉬는 어느 날부터 정체 모를 환청을 듣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딸 수잔이 커피숍에서 우연히 마주친 청년은 그날 교통사고로 즉사하고, 저승사자는 그 청년의 몸을 빌려 빌 앞에 나타납니다. 제안은 단순합니다. "당신의 사망 날짜를 미뤄줄 테니, 인간 세계를 구경시켜 달라."이 장면에서 영화는 의인화(personification) 기법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합니..
잘생기고 말 잘하는 남자가 연쇄 살인마라면, 당신은 알아챌 수 있을까요? 일터에서 이성적으로 버티고 주말엔 조용히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상을 보내다, 문득 이 질문이 머릿속에 걸렸습니다. 그게 영화 를 틀게 된 이유였습니다. 테드 번디의 실화를 연인 리즈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악이 얼마나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서늘하게 보여줍니다.심리 스릴러가 선택한 방식, 악의 평범성을 어떻게 그렸나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연출 방식입니다. 살인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리즈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표정과 행동으로 관객이 공포를 상상하게 만드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이를 심리 스릴러(Psychological Thriller)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심리 스릴러란 시각적 자극 대신 인물의 내..
